폰트로 채워진 나만의 방, 기록 플랫폼 울프

Project
김혜수 (타입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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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SNS를 어떻게 사용하고 계시나요? SNS를 하다 보면 콘텐츠를 종류별로 다른 계정에 모아두고 싶기도 하고, 모두와 공유하기엔 너무 개인적인 기록들이 생겨 남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3개의 계정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어요.

내 다양한 기록들을 한곳에 정리할 수는 없을까? 콘텐츠 별로 기록을 분류하고 공유 대상을 나눌 수 있다면 더 편하게 SNS를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그곳에서 내가 원하는 폰트로 기록을 작성하고 꾸밀 수 있다면? 울프는 이런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기록 플랫폼 울프는 나만의 공간에서 나다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어요. 이번 저널에서는 이도타입에서 왜 울프를 만들었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지금의 울프가 만들어졌는지 이야기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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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타입은 ‘더 나은 폰트 사용 경험을 제공해 모두의 일상을 아름답고 쓰임새 좋은 폰트로 채우고, 서로를 더욱 긴밀하게 이어나가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도타입의 폰트를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새로운 ‘기록 플랫폼’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울프를 기획할 때 가장 신경 썼던 2가지 요소가 있어요. 폰트를 잘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기존 SNS의 피로도를 줄이고 마음 편하게 무엇이든 기록할 수 있는 서비스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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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를 사용하는 경험에 집중하기 위해 이미지보다는 글이 더 중심이 되었으면 했어요. 멋지게 잘 찍힌 이미지 없이도 텍스트만으로 예쁜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에디터 기능에 집중했습니다. 기록을 도와줄 템플릿, 디바이더, 인용구, 형광펜 기능을 넣었고 텍스트를 해치지 않도록 화려하지 않고 담백한 톤을 유지하려 했어요.

내가 누굴 팔로우 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날 팔로우 하는지를 모두가 볼 수 있다는 것, 이제는 멀어진 지인들의 팔로우도 쉽게 끊을 수 없는 분위기 등이 기존 SNS에서의 피로함을 유발했어요. 가볍게 올렸던 스토리마저 누가 봤는지 확인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남들의 시선을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를 실감했는데요, 이런 점을 보완하려 고민하다 보니 울프만의 세계관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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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에서는 프로필 사진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싶었어요. 프로필 사진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고민하다 자기만의 방 이라는 제목에서 ‘문’을 떠올렸어요. 울프에 가입하며 나의 방을 만드는 과정이 문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되길 바랐습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방문을 열기 전 똑똑 노크하는 것처럼, 울프 안에서도 ‘누군가의 방’에 들어갈 때 상대방을 존중하며 조심스럽게 방문하길 바라며 ‘노크’라는 새로운 팔로우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누군가를 노크하거나 취소해도 상대방에게 알려지지 않아 언제든 자유롭게 팔로우를 맺고 끊을 수 있어요. 또, 누가 날 노크하는지 프로필에 뜨지 않기 때문에 팔로워 수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울프는 평화로운 소통을 지향하고 있어요. 울프의 노크 시스템, 비밀 댓글, 누가 반응했는지 뜨지 않는 이모지 반응을 통해 불필요한 사생활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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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의 ‘서랍’은 ‘나만의 방’을 무엇으로 채우게 될지 상상하며 만들었어요. 내 방에는 아주 개인적인 일기장부터, 좋아하는 영화의 포스터, 즐겨듣는 앨범, 일을 하는 책상 등 무엇이든 들어올 수 있죠. 어떤 종류의 이야기도 편하게 기록할 수 있도록 공개 범위를 설정해 나만 볼 수 있는 기록, 특정 그룹과 나눌 기록, 모두와 공유할 기록을 모두 하나의 계정에 기록할 수 있도록 했어요.

울프의 그룹 기능은 단순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지인과 나누는 용도가 아니라 스터디, 동아리 모임, 공유 일기 등 나에게 필요한 그룹을 만들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어떤 다양한 그룹들이 만들어질지 기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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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는 사생활 노출을 줄이고 내 기록에 더 집중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지만, SNS에서 소통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죠. 내가 노크한 관심 있는 방들의 기록만 보고 싶다면 ‘내가 노크한 방’을, 산책하듯 마음에 드는 기록과 방을 구경하고 싶다면 ‘울프 산책’ 탭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추후 울프 유저들이 함께 대화하듯 생각하고 기록할 수 있는 ‘오늘의 대화’ 탭이 추가될 예정이에요.

지금까지 이도타입이 기록 플랫폼 울프를 만들기로 한 이유와, 그 과정을 이야기 해봤어요. 울프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여러 폰트를 접하게 되고, 자유롭게 기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록 플랫폼 울프를 사용해 보고 싶다면 이 링크에서 사용해 볼 수 있어요.

울프에 참여한 사람들
프로젝트 디렉팅: 이도희
기획 및 디자인: 이도희, 김혜수, 한다현
개발: 강현웅, 이가경, 이경수
일러스트 : May Kang

저널에 참여한 사람들
글, 이미지: 김혜수
검수: 이도희, 서예지

작성일자 2022.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