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입 디자이너가 추천하는 타이포그래피 입문서 추천

Type Design
서예지 (타입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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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에 갓 입학했을 때 모르는 타이포그래피 용어들을 검색해 보고 관련 책들을 찾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자간, 행간과 같은 용어들은 자주 쓰기 때문에 금방 익힐 수 있지만 그로테스크 산스, 오블리크 등 가끔씩 접하는 용어들은 그 정확한 뜻을 모르고 지나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여러분들이 타이포그래피 입문서를 읽으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공자라면 저처럼 기초 지식을 쌓기 위해서, 비전공자는 주로 협업을 하는 디자이너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함일 거예요.

오늘 추천할 타이포그래피 입문서들은 두께가 얇아 평소에 소지하고 다니며 읽기 좋거나, 쉬운 문체와 도판들 덕에 잘 읽히는 책들을 위주로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계속 변화하는 디자인 업계 상황에 맞게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책들 위주로 추천하려고 했습니다. 지금부터 기초 지식부터 문장부호, 타입 디자인 등 타이포그래피와 관련된 책 6권을 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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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많은 타이포그래피 책들을 보면 대부분 번역서라는 걸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이 책은 한글 타이포그래피에 대해 이야기하고, 비교적 최근인 2021년도에 출간되어서 우리의 실정에 더 잘 맞춰져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한글 타이포그래피 안내서》의 목차는 크게 아래와 같이 나뉩니다.

①글꼴 살피기 ②글꼴 고르기 ③읽기 쉽게 글 흘리기 ④이해하기 쉽게 글 흘리기 ⑤눈으로 보고 다듬기

제가 이 책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②글꼴 고르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디자인을 할 때 습관적으로 자주 쓰던 폰트를 선택하게 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책에서 “관습적 표현을 따르면 무난하고 빠르게 작업을 완료할 수 있지만 오직 그것에 매이면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가능성을 넓힐 기회는 오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어요. 때문에 폰트를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 용도, 매체 등의 분류로 친절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저작권이나 인디자인 팁 등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으니 읽어보는 걸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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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타이포그래피 기초를 다져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저자는 그 질문에 “전통과 관습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아야 이를 뛰어넘어 자신만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규범과 규칙을 제대로 알아야 새로운 변신을 구사할 수 있다”고 답합니다. 저자의 생각과 같이 《타이포그래피 천일야화》는 시각 디자인 교육에 필요한 전반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어 디자이너들에게는 타이포그래피 교과서로 불리기도 해요.

《타이포그래피 천일야화》의 목차는 크게 아래와 같이 나뉩니다.

①타이포그래피 역사 ②타이포그래피 기초 ③타이포그래피 구조와 시스템 ④타이포그래피 구문법 ⑤타이포그래피 커뮤니케이션 ⑥현대 타이포그래피 경향 ⑦타이포그래피 실습

이처럼 타이포그래피의 역사와 기초적인 지식부터 실습 예시까지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정보가 정리되어 있으며 부록으로는 용어해설 및 타이포그래피/로만 타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포스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좀 더 깊이있는 지식을 쌓기를 원한다면 《타이포그래피 천일야화》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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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에 어떤 폰트를 사용하는 게 좋을지 고민된 적 있지 않으신가요? 이 책은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서체 33가지를 꼽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센토(Centaur)부터 자주 들어본 보도니(Bodoni), 헬베티카(Helvetica) 등을 거쳐 로티스(Rotis)까지, 총 33가지 서체의 탄생 배경와 함께 사용 예시를 보여주기 때문에 로마자 서체들을 이해하기가 더 쉬워질 거예요. 또한 부록에서는 서체 용어를 알려주고 있어요. 때문에 앞으로는 폰트를 선택할 때 터미널(Terminal), 볼(Bowl) 등의 생김새 차이를 파악하고 정확한 용어를 사용해 클라이언트나 동료에게 설명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이 책 또한 첫 출간 15년 만인 2022년에 개정판이 나왔는데요. 동시대의 디자인 환경에 맞게 내용을 보강시키고 문장부호와 관련된 내용을 추가했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국내의 문장부호에 관련된 책들은 대부분 절판이 되었기 때문에 관련 정보가 궁금하신 분들은 다시 개정판을 읽어봐도 좋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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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 그대로 타이포그래피에서 ‘마이크로’한 것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때문에 기초를 다루고 있는 다른 책들을 먼저 접한 후 읽는 걸 추천해요. 1cm도 되지 않는 얇은 두께의 책이지만 자간, 어간, 행간, 가독성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어 내용이 알찹니다. 작가는 책에서 “이런 개별적인 요소들이 흔히 ‘창조적’이라 여겨지는 영역 밖에 있기 때문에 그래픽 디자이너나 타이포그래퍼들은 이 문제를 종종 무시하곤 한다”고 말합니다. 작가의 말처럼 타이포그래피의 작은 요소들을 무시하지 않고 알아가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걸 추천해요. 덧붙여 가독성에 대해 더 알아보고, 생각해보고 싶다면 헤라르트 윙어르의 《당신이 읽는 동안》도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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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옴표 대신 낫표와 겹낫표, 홑화살괄호와 겹화살괄호를 어떻게 대체해서 써야 하는지 한 번쯤은 고민해 본 적이 있지 않나요? 또는 문장을 세로쓰기로 쓸 때 가로쓰기용 문장부호를 쓴 적이 있지는 않나요?

이 책에서는 우리가 자주 접하거나 본 적은 있지만 어떻게 쓰는지 헷갈리는 문장 부호들의 쓰임새와 용법, 용례를 함께 볼 수 있습니다. 또한 MacOS/Windows에서 문장 부호를 입력하는 방법, 데스크톱 등에서 키보드로 텍스트를 입력할 때 주의할 점 등 실용적인 정보도 함께 제시하고 있어요. 아쉽게도 현재는 절판된 상태이기 때문에 중고 도서로 구입을 하거나 도서관에서 대여를 해야 해요. 국립국어원에서 제공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한 책이니 혹여 책을 구하지 못했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문장 부호 사용법을 확인하는 걸 추천합니다.

국립국어원 문장부호 해설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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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포그래피의 재료인 글자를 직접 그려보고 싶나요? 요즘은 타입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포스터 제작이나 브랜딩 등을 위해 직접 레터링, 서체를 그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글립스’는 MacOS에서 사용할 수 있는 타입 디자인 툴로 사용법을 익히면 일러스트레이터보다 글자를 더 편하고 빠르게 그릴 수 있습니다. 《글립스 타입 디자인》은 총 3권으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1권은 글립스를 활용해 만든 한글 폰트 소개와 디자이너 인터뷰, 2권은 한글과 라틴 타입 디자인에 필요한 기초 지식과 노하우, 3권은 글립스 매뉴얼에 관한 내용으로 이뤄집니다. 제가 학생일 때는 타입 디자인의 기초와 실무를 함께 다루는 책이 없었기에 《글립스 타입 디자인》의 출간이 반가웠는데요. 타입 디자인에 입문하고 싶다면, 또는 글립스를 사용하다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도움을 받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어떤 주제이든 정보 습득을 위해 억지로 책을 읽으려고 하면 흥미를 잃게 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요. 국내에 타이포그래피와 관련된 책들이 여러 권 있으니 책의 목차나 인터넷 서점의 내용 미리 보기 등을 통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책을 찾아 읽어보세요. 그리고 정보가 많은 책을 읽을 때는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것보다는 책에 표기된 참고문헌을 함께 찾아 읽어보는 등,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다른 책들을 읽어보는 게 정보 습득에 더 좋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이 글에서 추천된 책들을 읽다 더 궁금해지는 주제가 있다면 그에 관해 더 세세하게 써진 책들을 찾아 읽어보세요. 그러다 보면 흥미가 붙고 타이포그래피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들을 알아갈 수 있을 거예요.

참여한 사람들
글, 이미지: 서예지
검수: 이도희

작성일자 2022.10.04.